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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 중에서 법조인이 많을 때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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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 중에서 법조인이 많을 때의 위험성
  • 이경묵 교수
  • 승인 2019.11.1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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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경묵 교수
이경묵 교수

우리나라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일했던 직종으로 따져보면 법조인의 비율이 가장 많을 것입니다. 2019년 3월 11일 자로 20대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16%인 48명이 판사, 검사, 변호사 출신이라고 합니다. 20대 국회의원의 구성에 대해서는 아래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서 소속 국회의원의 15% 정도가 법조인 출신이라고 합니다.

국회의원 중에서 법조인의 비율이 다른 나라 대비 우리나라에서 높은 걸까요? 위 기사에서 일본의 경우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법조인의 비율이 5%가 조금 넘는다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100 명의 상원의원 중에서 법조인 출신이 48명 정도됩니다. 비영리단체 임원 17명, 기업가나 경영자가 25명 정도 됩니다. 법조인 출신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비영리단체, 기업에서 임원이나 경영진을 했던 사람들의 비율도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법조인이 많을 때의 위험을 비영리단체나 기업 임원 및 경영진 출신 의원들이 완화해 줄 수 있습니다.

다수의 법조인이 국회의원이 될 때의 위험

우리 국회에서 법조인이 많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입법 기관인 국회의 역할에 맞는 법률 지식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가장 큰 문제는 법치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인한 획일적 규제입니다. 사람들의 행동을 좌우하는 두 가지 기본 제도는 공식적 제도와 비공식적 제도입니다. 국가의 법규가 공식적인 제도이고 사회문화, 윤리 규범, 관행이 비공식적 제도입니다. 법조인들이 많으면 공식적인 제도를 만들어 국가를 통치하는 법치(法治)에 의존하려는 성향이 강해집니다. 법률가들은 자기 업무를 수행하면서 기존 법률의 허점을 잘 알게 됩니다. 법망을 피해가면서 사회에 해를 끼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보고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조항을 만들거나 새로운 법률을 만듭니다. 가만히 두면 사회 관행이나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통해 해결될 문제도 법을 만들어 해결하려 합니다.

둘째, 엉터리 법률을 양산할 위험이 있습니다. 법조인들은 법을 어떻게 만드는 것이 좋은 지에 대해 공부한 분들이 아닙니다. 법제학(法制學)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만들어진 법률의 해석과 적용에 대해 공부한 분들입니다.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그것이 관련 개인이나 조직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예상하고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법률을 만들어 엉터리 법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넣은 근로기준법 개정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법을 잘 만들려면 법조인과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상법을 만들려면 법조인, 기업가, 경영학자들이 협업을 해야 합니다. 국회에 법조인들이 많으면 법조인 중심으로 법률이 만들어 의도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는 법률을 만들 가능성이 커집니다. 비영리 단체나 기업 경영진 출신이 매우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럴 위험이 더 큽니다.

셋째,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많은 법률들을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법조인들은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이를 법률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률을 만들어서 풀려고 합니다. 법률 지상주의에 빠져 과잉 입법하는 것입니다. 시장에 맡겨 두면 수요와 공급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를 법률로 해결하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더 큰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할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시간강사 대량 해고라는 결과를 가져온 <시간강사처우개선법>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사람들의 윤리적 판단이나 조직 내부에서의 자체 규율에 맡겨 두어도 될만한 것까지도 법률을 만들어 규제하려고도 합니다. 직장내 괴롭힘을 금지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종합 결과: 진(秦)나라처럼 너무나 복잡한 법을 가지고 규제가 많은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를 만든 진나라는 초기에는 중국 서방의 작은 나라였습니다. 춘추 시대에 목공이라는 제후가 나라를 키웠지만, 진나라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킨 사람이 상앙(商鞅)입니다. 상앙의 핵심 정책은 농업을 성장시키는 농본(農本) 정책과 법치(法治)입니다. 국가 정책을 적극적으로 따르는 사람, 전쟁에 나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의 가족 등에게는 국가에서 상을 주고, 부국강병 정책 실행에 해를 끼치는 사람들에게는 벌을 주는 법률을 만들어 시행했습니다. 국가 차원의 손익과 개인 차원의 손익을 일치시킨 것입니다. 상앙이 죽은 이후에도 진나라는 한비자의 법가 사상을 쫓아 법으로 나라를 통치해서 부국강병을 실천해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법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법으로 모든 것을 규정하긴 어렵습니다. 법에는 허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허점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생기면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조항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법률을 만듭니다. 법이 복잡해지고 많아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문자해독률이 매우 낮았습니다. 법이 상벌의 효과를 내려면 국민들이 법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법의 취지에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법이 간소하면 말로 설명해서 그 내용을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이 복잡해지고 많아지니 국민들이 법의 내용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다른 문제는 법치에서 상보다는 가혹한 형벌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상으로 줄 수 있는 재원에는 제한이 있으니 그렇게 갈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상벌의 기준도 모른 채 행동했는데 큰 벌을 받는 결과가 나옵니다. 나라와 제후에 대한 국민들의 원망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부작용은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 항우보다 먼저 함양에 입성했을 때 진나라의 무자비한 법을 모두 없애고 약법삼장(約法三章)을 발표한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에 처하고, 사람을 상해하거나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죄값을 받는다”는 내용입니다. 복잡하고 무자비한 법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으니 법률을 간소화해서 민심을 얻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약법삼장이 너무나 단순해 국가를 운영하는데 부족했기 때문에 얼마되지 않아 재상 소하(蕭何)가 아홉 편에 달하는 법률인 구장률(九章律)을 만들었다고 하지요.

소하가 재상에서 물러나고 조참(曹參)이 재상 자리를 물려받았는데 아무 일도 하지 않아 태평성대를 만든 명재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하지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새로운 법을 만들지 않고 소하가 만들어놓은 법규를 잘 따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소하가 법규를 만들고 조참이 그것을 따랐다는 의미를 가진 소규조수(蕭規曹隨)라는 사자성어가 나왔다고 하지요. 전쟁으로 경제가 피폐화된 상황에서 국민들이 스스로 먹고 사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가만히 두는 것이 좋다는 무위의 철학을 따랐답니다. 소하나 조참은 인위적으로 제도를 만들어 사람들을 규율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무위의 철학을 좋아했답니다. 노자의 무위자연 철학을 경제에 적용하면 시장의 자율에 맡기자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법률이 너무 복잡해서 국민들이 살기가 어렵고 경제가 성장하기가 어렵습니다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법이 필요합니다. 작은 조직처럼 윤리나 내부 규범만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법이 너무 복잡하고 많아지면 진나라 말기와 같은 사태가 일어납니다. 법이 제공하는 상벌 규칙과 적법한 행동의 규칙을 모르면서 행동하다가 벌을 받고 법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 이용당합니다. 법으로 못하게 하는 것이 너무 많아지니 뭔가 새로운 것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규제가 너무 많아 새로운 산업을 키우지 못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국가가 제정하는 법규의 특징은 획일화입니다. 개별 사안이나 당사자들의 사정을 모두 고려해서 법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일부 예외 조항을 두기는 하지만 획일화를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획일화는 개인이나 조직들에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게 합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 만큼 획일화를 위한 법률이 많은 나라가 없을 것입니다. 지역별 생활비가 굉장히 차이가 나는데도 전국 단일의 최저임금제를 사용하고 있고, 업종 별로 사정이 굉장히 다른데도 예외가 거의 없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교수들이 1시간에 받을 수 있는 강사료 최고액을 법으로 정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획일화는 개인과 조직의 자유를 침해하고 경제 주체들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국가의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우리나라가 법률이 아주 많고 복잡한 상태까지 온 이유가 국회의원 중에서 법조인이 많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사건이 생기면 그것을 막기 위해 새로운 법률을 만들거나 정부에서 규제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조선대학교 시간강사가 신변 비관으로 자살하자 <시간강사 처우개선법>을 만들거나 용역업체 근로자가 사고로 사망하자 "위험을 외주화"를 막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려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체 직원이 하건 용역업체 직원이 하건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본질인데, 위험한 업무를 외주를 주지 못하게 하겠다는 이상한 법 개정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법을 만들거나 개정하는 것을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들이 주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법률을 만들거나 개정하는 과정에서는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들이 관여할 것입니다.

위험 완화 방안

법조인 출신들은 똑똑한 분들이기 때문에 새로 만드거나 개정하는 법안의 부작용을 잘 알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론에 떠밀려, 혹은 사회운동가 출신이나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국회의원들의 기세에 밀려 자신들의 의견을 다 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부작용을 아시는 법조인 출신들이 제 의견을 내고, 국회 입법조사처를 적극 활용하고, 해당 법률의 적용 대상이 되는 개인이나 조직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법률을 만들거나 개정하면 법조인이 많아서 생기는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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