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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가 출신들이 정부 정책 결정할 때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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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가 출신들이 정부 정책 결정할 때의 위험성
  • 이경묵 교수
  • 승인 2019.11.1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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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경묵 교수
이경묵 교수

전 세계 자유 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만큼 사회운동을 하셨던 분들이 국회의원이나 고위 정무직 공무원에 많이 포진하고 있는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독재 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국회의원 중에서 사회운동을 하셨던 분들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어공이라고 정무직 공무원 중에서도 사회운동을 하셨던 분들이 많습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국회의원, 정무직 공무원을 많이 배출한 대표적인 사회운동기구입니다.

명암이 있는 사회운동가들의 국회, 행정부 진출

이런 분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정무직 공무원이 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권위적인 정권 하에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전념한 사람들이 민주화된 사회에서 정치를 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본업에 충실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잘 사는 나라를 만들지에 대해 전념하기가 어렵습니다.

사회운동가들은 그동안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해 왔습니다. 근로자들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고, 남녀가 더 평등하게 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기여했고,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높이고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운동가들이 국회에 들어가 법률을 만들고 정부 정책 결과 과정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면 큰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습니다.

지엽적인 목표에 대한 집착과 과학적 증거가 아닌 이념에 매몰될 위험

국가는 다양한 목적을 추구합니다. 사회운동가들은 자신들이 운동했던 영역에서의 지엽적인 목표에 집착해서 그 목표를 달성할 수는 있으나 다른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법률을 제정하고 정책을 수립하기도 합니다. 운동을 하셨던 분들 중에는 증거 기반으로 생각하지 않고 이념에 매몰된 분들이 많습니다.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을 펴서 의도한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고 더 큰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대표적인 정책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입니다. 의도한 것인 소득도 높아지지 않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늘어나지도 않았습니다. 경제 성장을 떨어뜨리는 더 큰 문제도 만들어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이 블로그에 올린 많은 글에서 논의했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쓰지 않겠습니다.

확증 편향과 비합리적 몰입의 상승에 빠질 위험

사회운동가들은 정책이 실행된 이후에 온갖 부작용이 나와도 정책을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사회운동을 한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정책은 어떤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다른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자신의 기존 관점을 지지해 주는 정보를 찾아다니고 믿으려 하고, 부정하는 정보는 보려고도 하지 않고 믿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확증편향에 빠지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 경제가 어려워졌는데도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화관법과 화평법이 우리나라 소재산업을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데도 법을 개정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많은 문제를 유발하는데도 예외 조항을 두려 하지 않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잘못된 정책을 더 과감하게 밀어붙입니다.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가 해당 정책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실패를 복구하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해서 결과적으로 크게 망하는 비합리적 몰입의 상승이 일어납니다.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 이후에 저소득층의 소득이 올라가지 않으니 최저임금 더 높이자고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사례 1: 탈원전 정책

다른 대표적인 예가 환경운동을 했던 분들이 밀어붙인 탈원전 정책입니다. 원자력 발전을 축소하면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줄어듭니다. 환경운동가들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전기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낮아지고, 전기료를 많이 내야 하니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고, 석탄 발전이나 천연가스 발전을 많이 해야 하니 미세먼지가 더 많이 발생해서 환경이 더 오염됩니다.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원자로 개발, 설비 개발에 많이 투자해 왔고, 다른 나라들이 원자력 발전소를 짓지 않고 관련 산업이 위축될 때 우리나라는 계속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해 왔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많은 선진 국가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짓고 있습니다. 친환경적이고 발전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 이상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원자력 관련 산업 자체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들어가는 설비를 만드는 기업들, 원자력 발전소 운영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도 두산 중공업을 비롯해 부산과 창원 지역에 있는 관련 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전방과 후방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이 하락합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산업을 스스로 도태시켜 해외에서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도 날려 버립니다.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 관련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지만, 자국에서 더 이상 원자력 발전소를 짓지 않겠다고 하는 우리나라에 건설을 맡기려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당장 건설비가 싸다고 하더라도 맡기기가 어렵습니다. 앞으로 몇 십 년 동안 원자로를 가동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원자로를 공급한 한국 기업, 터빈이나 열교환기 등을 공급한 한국 기업이 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사례 2: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와 환경에 대한 규제

또 다른 예가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와 환경에 대한 규제입니다. 전통적으로 국회에서 사회운동가들이 가장 많이 포진해 있는 곳이 환경노동위원회입니다. 사회운동을 했던 분들은 노동자의 권리와 환경 보호를 경제 발전, 취업률, 국가 경쟁력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로 추구합니다. 그러다 보니 세계 각국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관들에서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는 일관되게 노동시장 효율성이 매우 낮은 나라로 나옵니다. 우리의 실력에 맞는 법안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근로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보호하다 보니 우리나라가 사업하기 나쁜 나라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화학물질관리법이나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규제가 매우 강한 유럽보다 더 심하다고 합니다. 유럽 수준의 규제에 유럽에서 규제하지 않지만 미국이나 일본에서 규제하는 것까지 추가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유럽 국가의 경우에는 서서히 규제의 수준을 높였기 때문에 기업들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갑자기 규제를 대폭 강화했기 때문에 기업들이 어쩔 줄을 몰라 한다고 합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배제하고 나서야 과도한 규제라는 자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위험 완화 방안: 사회운동가들의 시야 확대와 공무원 및 전문가 참여 확대

이런 위험을 없애기 위해서는 사회운동을 하셨던 분들이 운동했을 때 추구했던 목표뿐만 아니라 국가가 추구하는 더 많은 목표를 고려하고, 대안으로 고려하는 법안이나 정책이 가져올 다양한 차원에서의 결과를 고려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해당 분야에서 오래 일했던 엘리트 고위 공무원과 전문가들을 의사결정에 참여시키고, 이론, 논리, 증거를 바탕으로 법률을 만들고 정책을 입안하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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