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 특별 기고] 김갑수 작가

'딸 아이 J의 결혼식에 다녀오다'

“J가 며칠 전 오피스에서
낯선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이
이상해서 물었더니
며칠 후 자기 결혼식에 올
엄마 구두를 사 놓고
브레이킹(구두 길들이기)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엄마 구두를 브레이킹하는 딸을
저는 처음 보았습니다.”

미국 시카고에 갔다가 일주일 만에 돌아왔다. 셋째 딸 결혼식이 있었다. 객관적으로 보아 신랑 신부 둘 다 건강하고 심성 바르고 유능한 한국 젊은이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혼식은 한 하객의 평가대로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나 보았음직한 단아하고도 내실 있는 예식이었다.

자주적으로 공부하고 자주적으로 가정을 이룬 아이에게 아비로서 해 준 일은 결혼식 참석뿐이었다. 아이는 아빠가 결혼식에 와 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하객은 한국과 미국 각지에서 왔다. 심지어 아프리카 가나에서 온 친구도 있었다.

위튼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SAIC 대학원에서 예술비평과 저널리즘을 전공한 셋째는 시카고 C 언론사에서 일하다가 최근 WB사에 스카우트 되어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

전 직장 보스도 남편과 함께 참석했다. 그는 셋째의 직장 이전에 대해 말했다.

사진=김갑수 선생 제공
사진=김갑수 선생 페북.

“우리에게는 너무 ‘세드’ 한 일이지만 J에게는 굉장히 ‘해피’ 한 일이지요.”

나는 이런 말을 대수롭지 않게 듣는다. 미국인들은 칭찬 레토릭에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은 약간 대수롭게 들렸다.

“J가 며칠 전 오피스에서 낯선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이 이상해서 물었더니, 며칠 후 자기 결혼식에 올 엄마 구두를 사 놓고 브레이킹(구두 길들이기)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엄마 구두를 브레이킹하는 딸을 저는 처음 보았습니다.”

귀국 비행기를 탄 어제 시카고에는 눈이 내렸다. 서설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하지만 시카고의 기온이 영하 13도로 떨어졌다는 소식도 들렸다. 결혼식 전 날 아이와 시내에서 점심을 먹었다. 사진은 레스토랑 안에서 엄마가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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