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경묵 교수
이경묵 교수

2020년에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에서 어느 당이 이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야당과 여당의 승리 전략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먼저 야당의 승리 전략을 제안하고, 뒷부분에서 여당의 승리 전략에 대해 제안하겠습니다. 정치적 권모술수를 잘 모르는 서생이 쓴 글이니 재미 삼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쓰다 보니 내용이 아주 길어졌습니다.

 

​적진을 분열시키고 자기 편을 통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현재의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는 지지율과 무관하게 1등이 독식하는 방식입니다. 좌파 지지자 40%, 중도 혹은 부동표가 20%, 우파 지지자가 40%라고 가정해 봅시다. 좌파 쪽에서 1명의 후보가 나오고 우파 쪽에서 2명의 후보가 나오면 좌파 쪽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중학생 정도만 되면 아는 내용이지요.

승리 전략의 핵심은 적진을 분열시켜 한 지역구에서 여러 명의 적진 후보가 나오도록 하고 자기 진영은 통합해서 1명의 후보를 내보내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이것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실행할 수 있을까요?

​내부 정치를 없애야 통합이 가능하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상태로 총선이 진행된다면 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여당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탄탄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고 정의당, 민주평화당, 민중당과도 협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지역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고 군소 정당에게 양보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야당들은 사분오열되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분들과 반대한 분들이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어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등이 각 지역구에서 후보들을 내면 야당이 이길 수가 없습니다. 야당의 최선은 우파 정당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지역구마다 한 명의 후보만 내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어려운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국회의원 후보의 문호를 완전히 개방하고 국민 경선을 기반으로 후보를 뽑아야 통합이 가능해집니다

매출액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이 지역별로 판매원을 한 명씩 임명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각 지역에서 영업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판매원으로 임명할 것입니다. 사장이나 임원진과 친하거나, 예전에 그 지역에서 판매원으로 일했거나 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판매 사원을 했으니 다시 한번 해 보라고 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 지역에서 판매 사원을 오랫동안 했으니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라고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과거에 사장의 정책에 반대했다고 제거하지도 않을 것이고, 찬성했다고 가점을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판매 사원 문호를 외부에 완전히 개방해서 가능한 한 많은 후보를 모으고 그중에서 해당 지역에서 가장 잘 판매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 최선입니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가장 잘 판매할지를 사전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다면 다른 요소들을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판매 사원을 하고 싶은 사람을 모두 모으고 그런 사람을 사전 테스트를 통해 선발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각 당에서 내 보낼 국회의원 후보를 뽑는 것도 지역별 판매사원을 뽑는 것과 유사합니다. 당의 사명에 동의하고 각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나가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문호를 개방해서 경선 후보들을 모아야 합니다. 문호를 완전히 개방하면 당내 지지기반도 없고, 지역구를 관리한 경험이 없지만 기존 국회의원이나 지역구 위원장과 경쟁해서 이길 자신이 있는 신인들이 자기 발로 들어올 것입니다. 인재영입을 위해 인위적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새로운 인재들이 들어오고 세가 불어날 것입니다.

이렇게 모인 경선 후보들을 대상으로 해당 지역 기존 당원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국민 경선(개방형 예비선거, Open Primary)을 통해 뽑는 것이 최선입니다. 반대편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몰려와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를 지지하는 역선택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국민 경선을 통해 뽑는다는 것을 홍보해서 자기 당의 지지자를 늘리는 효과가 더 클 것입니다. 역선택으로 인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가 떨어지는 위험을 부담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후보 경선에서 당 간부나 진성 당원들의 투표에 높은 가중치를 두는 것은 야당들의 통합을 어렵게 합니다. 아무래도 국회의원이 많은 정당이 국회의원이 적은 정당보다 더 많은 당원을 보유하고 있을 것입니다. 당원들이 투표한 것의 가중치를 높게 하면 소수 정당이 다수 정당과 통합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야당 쪽 후보가 여러 명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와 선거에서 지게 되겠지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특정 당 간부나 진성 당원들에게도 1표밖에 주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차별적으로 높은 의결권을 줄 경우 후보 경선에서 1등을 한 사람이 실제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선 후보 중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당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은 필패 전략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당에서 공천권을 행사해 왔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이는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습니다. 미국의 정당이 주 의원이나 연방 의원 후보를 정할 때 당에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습니다. 후보로 나오고 싶은 사람은 모두 나올 수 있고 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고 이들이 선거에 나서는 것이지요. 자유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거의 모든 나라가 그렇지 않을까요?

당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은 필패 전략입니다. 이유는 네 가지입니다. 첫째 당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면 작은 정당이 큰 정당과 통합하려 하지 않습니다. 작은 정당 소속 정치인들이 통합된 당에서 자신을 공천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업 간 우호적 인수 합병에서도 인수하는 측이 점령군이 되어 능력과 무관하게 모든 요직을 독식하려 한다면 인수 합병 자체가 성사되지 않습니다. 같은 논리가 야당들의 통합에도 적용됩니다.

둘째, 공천 받지 못한 유력 정치인이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여당에게 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아주 힘 있는 유력 정치인이 있을 때는 당에서 공천권을 행사해서 물갈이를 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야당에는 그럴만한 힘을 가진 정치인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당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가 공천될 수 있고 공천 받지 못한 사람 중에서 무소속으로 나가더라도 당선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후보로 나와 자기 편의 표를 갈라 먹을 수 있습니다. 여당이 어부지리를 하게 되겠지요.

셋째, 당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경우 밀실 공천을 한다는 국민들의 비판을 들을 수 있고, 그 결과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중도층의 유권자를 잃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완전 국민경선으로 국회의원 후보를 뽑아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겠다고 하면 당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 중도층의 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넷째, 당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경우 당내 갈등이 증폭되고 그것이 신문에 나고 구태에 염증을 느끼는 중도층의 지지를 얻을 수 없습니다. 야당에서 벌써부터 3선 이상 혹은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용퇴하거나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그런 주장을 하는 국회의원 자신은 물러나거나 희생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3선 이상은 다른 논리로 자기는 빼고 다른 국회의원들이 용퇴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국민들에게 저질에 꼴불견이라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회의원 후보로 나오고 싶은 사람은 다 나오고 지역구별로 가장 경쟁력이 높은 사람이 후보가 되는 것이 국민의 눈에도 공정하게 보입니다.

비례 대표 후보도 국민 경선 혹은 지역구 후보들의 투표를 통해 뽑아야 합니다

비례 대표는 당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입니다. 비례 대표 국회의원은 47명이고, 현재 자유한국당 비례 대표는 17명입니다. 이종명, 문진국, 최연혜, 윤종필, 조훈현, 강효상, 김현아, 송희경, 김규환, 전희경, 신보라, 김성태, 김승희, 임이자, 유민봉, 김종석, 김순례 국회의원입니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적극적으로 활동했다면 들어 볼 수도 있을 텐데 필자가 이름을 들어 본 분이 몇 명 안됩니다.

지난번 총선에서 비례 대표들이 지역구 후보들의 득표에 도움을 주었을까요? 이분들의 프로파일을 보고 자유한국당이 어떤 정책을 취할지를 추정하고, 그것 때문에 자유한국당을 찍은 사람들이 있을까요? 핵심은 부동층에 있는 유권자들을 끌어오는 것인데 이분들의 프로파일이 부동층 유권자를 끌어오는 데 도움을 줬을까요? 부동층 중에서는 필자처럼 정치인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은 분들이 대다수일 텐데, 필자도 이름을 들어본 분들이 아니라서 별로 효과가 없었을 것이라고 추정됩니다.

비례 대표는 당이 쇄신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수단입니다. 위에서 제안한 방식대로 문호를 완전히 개방하고 국민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는다면 인적 쇄신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습니다. 비례 대표의 전면적인 교체를 통해 인적 쇄신을 한다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현재의 비례 대표 국회의원 중에서 다시 국회의원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분들은 모두 지역구에 출마하도록 하고, 비례 대표를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비례 대표는 당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당이 어떤 정책을 취할지를 알려 주는 좋은 수단입니다. 부동층을 끌어모은다는 목표하에 비례 대표 후보를 선정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을 비례 대표로 뽑아야 당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고, 부동층을 끌어모으는 데 도움이 될까요? 현재 여당이 잘못하고 있는 정책을 바로잡을 만한 분야의 전문가를 비례 대표로 영입하면 당의 정체성이 명확해질 것입니다. 여당의 안보 정책을 열심히 비판한 안보 전문가, 여당의 외교 정책을 열심히 비판한 외교 전문가, 소득주도성장을 열심히 비판한 경제 전문가, 탈원전 반대 운동을 열심히 하신 원전 분야 전문가, 집값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부동산 분야 전문가들을 영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고령화되어 있고 남성의 비율이 높아서 자유한국당이 젊은 사람들의 의견과 여성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젊은 사람들과 여성들 사이에서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율이 낮을 것입니다. 젊은 사람들과 여성 유권자들을 모으기 위해 젊은 인재와 여성들을 비례 대표 후보로 내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30대 여성 3명, 30대 남성 2명, 40대 여성 3명, 40대 남성 2명을 비례 대표로 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25개 정도를 정하고 자유한국당의 정체성, 부동층 확보에 대한 기여도를 바탕으로 비례 대표 순위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30여 여성 3명에게 1번에서 3번까지를 주고, 40대 여성 3명에게 4번에서 6번까지를 주고, 경제 전문가에게 7번을 주고, 안보 전문가에게 8번을 주는 식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외부적으로 공개하고 각 TO마다 비례 대표로 나설 분들을 모집하거나 영입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국민경선을 통해 후보를 확정하면 좋을 것입니다. 평소에 지역구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함으로써 국민들 사이에 인지도가 높은 분들이 비례 대표 후보가 될 것입니다. 비례 대표 후보로 지원할지를 고민하는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한다면 전국적인 인지도가 높은 분들이 후보에 지원할 것입니다.

비례 대표 후보를 국민 경선으로 뽑기 어렵다면 차선책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를 지역구 유권자 경선으로 뽑은 후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들이 투표해서 뽑는 것입니다. 지역구 후보들은 누구를 비례 대표 후보로 내 보낼 때 자신이 자기 지역구에서 더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을 바탕으로 투표할 것입니다. 하나의 비례 대표 TO에 여러 명의 비례 대표 후보가 있다면, 예를 들어 탈원전 반대 운동 전문가 TO가 1개이고 이 분야에 지원한 사람이 5명이라면 지역구 후보들이 투표해서 한 명씩 제거해가는 방식으로 1명의 후보를 선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천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거기에서 밀실 공천하는 것보다는 야당의 승리에 훨씬 더 좋습니다.

차기 대통령 후보도 국민 경선으로 뽑겠다고 합의해 두면 좋겠습니다

야당 통합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가 차기 대통령 후보 선출과 관련된 것입니다. 차기 대통령이 되길 원하면서 자유한국당이 아닌 다른 당에 있는 잠룡들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차기 대통령 후보를 뽑을 경우 자신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통합에 반대할 수 있습니다. 과거처럼 당원이나 당 간부들이 높은 의결권을 행사한다면 소수당의 잠룡들이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당원이 많은 다수당 출신 후보가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차기 대통령 후보를 국민 경선으로 뽑겠다고 합의해 두면 좋겠습니다.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합니다

야당 통합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탄핵에 반대한 분들은 탄핵에 찬성한 분들과는 절대로 통합할 수 없다고 합니다. 통합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지난번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집권당이 180 석 혹은 200 석 이상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교만에 빠져 진박, 비박으로 갈라져 싸우고 "배신의 아이콘", "옥쇄 들고 나르샤"같은 코미디를 벌이면서 총선에서 패배했지요. 교병필패(驕兵必敗)가 증명된 것입니다. 당이 여당에서 그런 일을 벌이지 않고 180석 이상 확보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까지 당하지는 않았겠지요. 탄핵에는 진박 논란을 일으킨 분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양쪽이 다 책임이 있으니 그것을 가지고 더 이상 싸우지 말고 과거사를 뒤로하고 미래를 향해 전진해 나가는 것이 맞습니다.

탄핵에 찬성했던 분들이 자신들이 잘못했다고 인정한다고 해도 탄핵이 취소되지 않습니다. 탄핵은 과거의 일이고 어떻게 한다고 해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면 총선에서 패배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번 여당이 장기 집권할 길이 열릴 것입니다. 강한 여당과 강한 야당이 있어야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가 잘 운영되는데 야당이 지리멸렬 상태로 장기간 남아있으면 나라의 미래가 매우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야당 정치인들이 과거 일에 얽매이지 말고 대승적 통합을 통해 국민들이 다 함께 잘 사는 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최대 정적까지도 장관으로 임명한 Abraham Lincoln 대통령처럼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지도자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당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여당의 정체성은 명확합니다. 현 정부가 취하고 있는 정책을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야당의 정체성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자유한국당 공식 홈페이지에 "우리의 사명"이라고 적어 놓고 있지만 그것을 아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당이 내건 정책을 보고 정체성을 확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사명"에 맞는 정책 대안을 내놓아야만 합니다.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심히 한다고 부동층을 잡을 수는 없습니다. 그곳에 모이는 분들은 가만히 둬도 야당을 찍을 분들입니다. 물론 이런 집회를 통해 야당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총선 시 투표장에 나오도록 하는 효과는 있을 것입니다. 부동층 중에서는 광화문 집회를 계속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들이 야당을 지지할 수 있는 이유를 주기를 원합니다. 정책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습니다.

여당 지지층에서 이탈했지만 부동층에 남아 있는 국민들이 이탈한 이유를 공략해야 합니다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면서 부동층을 끌어올 수 있는 좋은 방안은 이번 정부 정책 중 실패한 정책에 대비되는 정책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필자 주변에 여당을 지지했지만 정부의 정책 실패로 더 이상 여당을 지지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들 중에서 상당수가 그래도 자유한국당을 지지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기존 국회의원들을 모두 물갈이하지 않으면 찍을 수 없다는 분도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집권한다고 해서 더 잘하리라는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이분들이 여당 지지를 철회한 이유를 파악하고 야당이 다수당이 되면 그런 불만을 풀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해야 합니다. 이런 분들이 왜 지지를 철회했는지를 여론 조사를 통해 파악하고, 그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신문에 나오는 여당 지지자, 야당 지지자, 부동층이 모두 포함된 이번 정부가 잘못한 정책, 잘한 정책에 대한 여론 조사를 참고하긴 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자료는 부동층들이 생각하는 이번 정부가 잘한 정책과 잘못한 정책에 대한 자료입니다. 부동층에 대한 정교한 여론 조사를 해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필자 주변 사람들의 한정된 표본만으로 몇 가지만 제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번 정부가 경제정책을 잘못해서 경제 상황이 악화되었다고 지지를 철회한 분들이 많습니다. 야당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막겠다는 공약을 내 걸어야 합니다. 최저임금 제도 폐지, 주 52시간 근로제 유연화를 비롯한 노동시장 유연화를 과감히 추진하겠다는 정책을 내야 합니다. 과감한 규제 혁파를 통해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정책을 내야 합니다. 기업들이 국내에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취하겠다고 해야 합니다.

대북 정책 때문에 지지를 철회한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나라를 지킬 수 없고 북한의 노예처럼 살아야 하지 않는가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걱정을 풀어줄 공약을 내걸어야 합니다. 미국의 대북 제재 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 우리도 핵 무장을 하겠다 같은 정책을 내 걸어야 합니다.

외교 정책 때문에 지지를 철회한 분들도 많습니다. 이번 정부에서 친북, 친중 정책을 써서 우리나라가 사회주의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겠다고도 하고, 사회주의자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사람을 법무부 장관으로까지 임명하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지소미아도 유지하고, 일본과의 협력관계도 강화하겠다는 정책을 내 걸어야 합니다.

서울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등을 돌린 사람들도 많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지역에 공급을 늘려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정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많은 국민들이 불만을 가진 탈원전 정책 폐기, 4대강 보 해체 결정 폐기, 자사고·외고·특목고 폐지 반대 등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부동층을 지지자로 돌릴만한 정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조국 교수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기 때문에 여당 지지를 철회한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대통령 선거라면 정부의 인사원칙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국회의원 선거이기 때문에 인사 청문회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중도층 혹은 무당층을 공략하고 초대형 이슈를 선점해야 합니다

​선거는 기업으로 치면 시장점유율 경쟁입니다. 두 기업이 경쟁하는 시장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자기 기업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보이는 고객이나 경쟁 기업에 절대적인 충성을 보이는 고객보다는 조건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고객을 잡을 수 있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선거에서는 집토끼, 산토끼로 비유합니다. 산토끼들을 잘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도층에서 무당층 혹은 부동층이 많습니다. 중도층을 잘 공략하는 쪽이 이길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Director's Law라는 것이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Ronald Coase와 함께 저명한 학술지인 Journal of Law and Economics를 창간하여 편집자 역할을 해서 법 경제학 분야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고, 시카고 대학 경제학과를 저명 대학으로 키운 Aaron Director라는 시카고 대학 법대 교수가 실증 분석을 통해 찾아낸 법칙입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Milton Friedman의 처남이기도 합니다. 미국 정부의 예산 수입과 지출을 부유층, 중산층, 저소득층으로 나누어 세금을 낸 것과 정부의 공공 지출을 통해 이익을 본 것을 비교해보니 부유층과 저소득층은 손해를 봤고, 중산층이 이익을 봤다는 것입니다. 부유층과 저소득층에게서 받은 세금으로 중산층에게 보조금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를 중산층의 표를 얻어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산층이 최대의 이익집단이라는 것입니다. Milton Friedman은 이 법칙을 작은 정부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활용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중산층에서 부동층이나 중도층이 많다고 합니다. 이들을 잘 공략하는 쪽이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합니다. 민주당 후보였던 Bill Clinton 대통령이 과감하게 공화당이 주장해 온 정책들을 내 걸면서 대통령이 되었다고 하지요. Donald Trump 대통령도 공화당의 정책 기조인 자유 무역을 버리고 보호 무역주의,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공약만 놓고 보면 민주당 후보의 공약인지, 공화당 후보의 공약인지 알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박근혜 대통령도 김종인이라는 사람을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하고 당시 야당 측이 제시했던 화두였던 경제민주화를 선점한 바 있습니다. 그것이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19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충청도에서 승리하는 당이 전국 선거에서도 승리한다고 하지요. 굳이 호남편이나 영남편을 들지 않아도 되는 중도층이 많이 곳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야당이 선거에서 이기려면 세상 변화에 맞게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이슈를 선점해야 합니다. 여당 지지자들을 야당 지지자로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는 화두를 던져야 합니다. 여당은 벌써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겠다고 하면서 이슈를 선점해가고 있지요. 20대 학생 운동 시절부터 정치적 경험을 쌓아온 국회의원이 많은 여당에 비해 야당의 정치력을 정말 형편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수당이 된다고 해서 혹은 몇 년 후에 대선에서 이긴다고 해서 당장 실천할 정책을 제안할 것이 아니라 메가 트렌드에 맞게 자유한국당의 정체성을 확인해 줄 수 있는 화두를 던져야 합니다. 우리도 핵 무장을 하겠다, 기본소득제를 검토하겠다 같은 초대형 이슈를 선점하면서 중도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을 제시해야 합니다. 광화문에 가서 집회만 해서는 이길 수가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승리 전략

​위에서 언급한 야당의 승리 전략이 곧 더불어민주당의 승리 전략입니다. 집권당이기 때문에 야당이 해야 할 것과 약간 다른 점은 있습니다. 떠난 집토끼들을 다시 붙잡아 오기 위해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의 대전환을 이루겠다는 것을 공표해야 합니다. 민노총이나 전교조 등에 발목이 잡혀서는 승리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어쨌든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할 것입니다. 중도층과 부동층을 지지자로 바꾸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자기 부정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으로 떠난 사람들이 많습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헌법에게 자유를 빼겠다고 한 것과 사회주의자라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사람을 법무부 장관에 앉혔으니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북 정책과 외교정책까지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우리나라를 공산주의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습니다. 성장보다는 분배에 방점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 분들 중에서 이런 이유로 떠난 분이 꽤 많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말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를 따르는지를 명확하게 해서 떠난 분들의 불안감을 해소해 주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사면해서 야당 통합을 방해하는 분리 후 지배 전략 같은 정도(正道)가 아닌 정치적 권모술수는 바람직한 것도 아니고, 필자가 잘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제시하지 않겠습니다.

 

결론: 양당의 선거 공약이 한 곳으로 수렴하면 좋겠습니다.

미국의 예에서 보았듯이 양당이 중도층을 공략하면 양당이 추구하는 정책이 비슷해집니다. 강력한 여당과 야당이 있고 두 당의 정책 기조가 유사한 것은 국민들에게는 좋은 점이 더 많습니다. 정부 정책이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불확실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최근 교육부에서 발표한 자율형 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를 폐지하겠다는 정책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정부가 바뀌면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면 누가 큰돈을 투자해서 자율형 사립고를 만들까요. 누가 우리나라 정부를 믿고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할까요. 일반 국민들도 장기적인 인생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때 정권 교체로 인한 불확실성이 크다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엄청나게 커집니다. 양 당이 열심히 중도층을 공략해서 유사한 선거 공약을 내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누가 총선에서 이기더라도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상관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세상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자연치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