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황효현 시민기자
자본주의의 최첨단 미국 정가에
가장 사회주의적 정책으로 보이는
기본소득이 화두로 등장한 배경
기본소득제 공약, 정책 반영될지는 미지수

황효현 시민기자
황효현 시민기자

앤드루 양(Andrew Yang)은 이름에서 보듯이 미국에서는 소수 중의 소수에 속합니다. 백인 여성, 흑인 남성, 흑인 여성, 성 소수자 등 여러 분류가 있을 수 있지만 그가 속한 곳은 그런 분류 어디에도 없는 아시안, 정확하게는 대만계 미국인이 그의 정체성입니다. 그가 미국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그저그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름 알리기나 좀 하다가 사라지겠지 하는 정도였죠. 지금 그는 경선 승리 가능성과는 별개로 민주당 후보 중 가장 주목 받는 후보입니다.

그는 1975년 1월 생으로 만 44세입니다. 미국에는 40대에 대통령이 된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JF 케네디, T.루즈벨트, 클린턴, 오바마 대통령은 모두 40대에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들입니다. 지금 민주당 후보들의 나이를 보면 1941년생인 버니 샌더스에서 1982년생인 부티지에즈까지 그 폭이 아주 넓습니다. 버니 샌더스의 아들 레비 샌더스가 1969년 생이니까 부티지에즈는 버니의 막내아들뻘쯤 되는 셈입니다.

앤드루가 급부상하게 된 것은 그의 대표 공약, 국민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 덕분입니다. 그는 18세 이상의 모든 미국인에게 매월 1,000불을 기본 소득으로 지불하겠다는 공약을 내 걸었습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 정말 어처구니 없는 공약이라고 다들 생각했지만 마크 주크버그, 일란 머스크, 리차드 브랜슨 같은 거물들이 속속 이 기본소득 주장을 지지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입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성남시장일때 이와 유사한 정책을 시행한 바가 있고 지사 당선 이후 경기도 차원의 기본소득제 시행을 위해 여러 모색을 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이런 공약의 등장 배경에 빈부격차가 있습니다. 나아가 이제는 제조업이 들어서더라도 공장 자동화 때문에 일자리가 이전만큼 늘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제조업이 떠나버린 러스트 벨트 유권자들의 분노 덕분이었습니다. 사실 소외된 노동자들과 더 가까운 정당이 민주당이지만 러스트 벨트 정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잘못을 저질렀고 그 결과는 패배였습니다. 그런 민주당이 그들을 공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앤드루 양에게서 찾은 듯합니다. 공화당이 분노를 해법으로 제시했다면 민주당은 좀 더 실질적인 기본소득으로 유권자들에게 접근하려는 것입니다.

기본소득은 유효 수요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렇게 나쁜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공장들이 자동화를 통해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그것을 구매할 소비자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러니 자동화 라인의 로보트마다 로보트세를 부과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세원을 발굴하여 그 돈으로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불하고 국민들은 정부가 지급한 돈으로 로보트들이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여전히 앤드루 양의 이 공약이 미국 정책에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전을 통해 미국인들이 무엇이 문제인지를 더 정확히 이해하게 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공장을 지어도 늘어나지 않는 일자리, 해마다 더해가는 청년 실업 문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퇴직자들 등은 성장으로도 감세로도 해결이 불가능한 과제들입니다. 자본주의의 최첨단 미국 정가에 가장 사회주의적 정책으로 보이는 기본소득이 화두로 등장한 것을 가벼이 봐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저작권자 © 자연치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