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 황효현 시민기자

황효현 시민기자
황효현 시민기자

뉴욕은 일년내내 이벤트가 끊이지 않습니다. 심심할래야 심심할 수가 없는 도시입니다. 11월 첫째주 일요일은 뉴욕 마라톤이 열리는 날입니다. 전세계에서 5만여 명이 몰려드는 초대형 이벤트입니다. 참가 선수만 5만이지 그들과 함께 뉴욕을 방문하는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이 주말 동안에만 최소 10만명 이상이 마라톤 때문에 뉴욕을 찾아옵니다. 저도 달리기를 즐겨 하지만 저 나름대로의 이유로 마라톤 풀코스는 뛰지 않습니다. 그런 제가 이번에는 풀코스 구경꾼으로 나섰습니다. 둘째 아이가 뉴욕 마라톤에 참가했기 때문입니다.

뉴욕 마라톤은 대회 운영이 불기능할 정도로 워낙 참가 희망자가 많아서 대회조직위원회에서 신청자 모두를 다 받아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추첨으로 참가자를 결정합니다. 참가 자체가 이미 행운의 시작인 셈입니다. 추첨외에 뉴욕 로드러너스 클럽에서 주관하는 조그만 대회를 9번 이상 참가하고 한번 이상 자원 봉사를 하면 참가자격이 주어집니다. 달리기에 열심인 사람을 우대하는 것으로 이해합니다만 둘째는 작년 1년 자원봉사와 매월 1회 대회 참가로 올해 뉴욕마라톤에 출전할 수는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뉴욕시에는 5개의 구가 있습니다. 맨하탄, 퀸즈, 브롱스, 브루클린, 스테이튼 아일랜드가 그것입니다. 뉴욕 마라톤은 이름답게 이 5개의 구를 모두 통과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스테이튼 아일랜드에서 출발하여 브루클린과 퀸즈를 순차적으로 거쳐 맨하탄으로 들어온 다음 브롱스로 잠시 나갔다가 다시 맨하탄으로 들어와 센트럴 파크에서 마무리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모두 7개의 다리를 건너게 되는데요. 이 다리들이 모두 현수교라 은근히 고갯길이라고 합니다. 그저 평지일 것 같은 센트럴 파크도 피니쉬라인 근처에 이르면 오르막길이라 최후의 인내를 자극한다고 합니다.

2nd Ave 와 111가가 만나는 곳에 주차하고 마라톤이 진행중인 1st Ave로 갔습니다. 길은 완전히 통제되어 차는 물론 사람도 이 코스를 가로지를 수 없게 해 놓았습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폴리스라인 밖에 모여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며 응원에 열을 내고 있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뛰고 있어서 길은 달리기 하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내가 선택한 지점은 러너들이 가장 힘들어한다는 30km 지점입니다.

원래 둘째와 약속한 지점은 96가인데 주차와 교통 통제 등으로 혹시 늦어질까 싶어 111가로 바꿨습니다. 아마 96가에서 우리를 찾다가 없으면 좀 실망하겠지만 30km 지점에서 만나면 더 힘이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앱을 오픈하여 어디쯤 뛰어오는지 확인하는데 96가 근처에서 약간 정체하는 것을 보니 역시 우리를 찾았던 모양입니다. 앱으로 어디쯤 달리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니 새삼 참 좋은 세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염려보다 훨씬 생생한 아이를 보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피니쉬 라인에는 가지 못하고 역시 앱으로 완주를 확인한 다음 축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오늘 완주한 모든 분들께 축하의 박수 보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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