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윤성학 고려대 교수
“MOU는 그만 체결하고 이제 사업을 하자”
“러시아 사람이 한국인에게 항상 하는 말이다”

윤성학 교수
윤성학 교수

개인이나 국가도 운때가 있는 모양이다. 한국은 시베리아와 극동에 지지리도 운도 없다. 그렇지만 불운도 계속되면 그건 실력이 모라자는 것 아닌가? 한민족은 바이칼에서 왔다. 연해주는 본래 조선 유민이 개척한 땅이다. 그런 연고가 깊은 곳에서 한국은 또 다른 좌절을 맛보고 있다.

중국이 마침내 시베리아 가스를 품에 안았다. 러시아 동(東)시베리아 지역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기 위한 '시베리아의 힘(Сила Сибири)' 가스관 개통식이 오는 12월 2일 열린다고 한다. 러시아는 동시베리아에서 극동 아무르주의 블라고베셴스크까지 연결되는 약 3천km의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은 연간 380억㎥의 천연가스를 향후 30년 동안 공급할 예정이다. 전체 계약액은 무려 460조원에 이른다.

본래 이 가스관은 한국으로 올 예정이었다. 지난 2011년 8월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간의 시베리아 울란우데 정상회담에서 북한 통과 가스관 연결을 위한 MOU를 체결하였다.시베리아 이르쿠츠크의 ’코빅타‘와 야쿠티야 공화국의 ’차얀다‘ 등 2개 대형 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를 북한을 경유하여 한국으로 보내겠다는 제안이었다.

그렇지만 MB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쓸데없는 곳에 자원외교한다고 돈을 퍼주다가 정말 중요한 이 가스를 잡지 못했다. 그때 남북관계 개선하고 파이프라인을 깔았다면 동북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을 것이다. MB는 2년이라는 황금같은 시간에 협상한다면 기회를 까먹었다.

러시아 가스관 지도
러시아 가스관 지도

2011년 김정일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가스관 사업은 좌초하기 시작하였다. 새로 정권을 잡은 김정은은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하는 바람에 러시아는 방향을 중국으로 돌렸다. 판로가 막힌 러시아는 중국에 SOS를 보냈다. 그렇지만 중국은 만만디 전술로 러시아의 애간장을 녹인 다음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이 가스를 품에 안았다.

천연가스는 액화가스보다 가격이 싸다. 액화과정이 없어 친환경적이다. 파이프라인이 연결되어 있으면 소비자가 갑질도 할 수 있다. 380억㎥ 물량이라면 한국의 연간 물량의 약 60%이다. 이 가스를 중국에 고스란히 넘겨주게되었다. 작년 초미의 관심사였던 북극해 LNG도 눈치만 보다가 일본에 넘겨주고 말았다. 이제 한국이 시베리아에서 무슨 사업을 하겠는가. MOU는 그만 체결하고 이제 사업을 하자! 이건 러시아 사람이 한국인에게 항상 하는 말이다.

[윤성학 교수는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연세대학교 정치학과에서 러시아 경제를 전공하였다. 박사학위 논문은 “러시아 석유산업의 구조조정 연구”다. 대우경제연구소, UzDaewoo Bank, 러시아 IMEMO 연구소, 대외경제정책연구소, 지금은 고려대학고 러시아CIS 연구소에서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 연구를 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남북러 가스관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중앙아시아 진출 외국기업의 사회적공헌활동에 관한 연구” 등이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러시아 비즈니스”, “러시아 에너지가 대한민국을 바꾼다”, “현대 중앙아시아의 이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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