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장시정 독일모델연구소 대표

 외국에서 살다가 거의 10년 만에 국내로 돌아와서 느낀 것 중의 하나가 길거리에서나 지하철에서나 외국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많아진다는 건 좋은 현상이다. 한 나라가 점점 더 잘 살게 되어 국제화될수록 외국과의 인적, 물적 교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의 외국인 증가 현상은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왜 그럴까?

​외국인의 국내 체류 통계를 보니 2007년 100만 명을 돌파한지 10년이 채 안 된 2016년에 200만 명을 넘어섰고 작년 말로 236만 명에 이르렀는데, 이 숫자는 대구광역시의 인구와 비슷하고 전체 인구의 4.6%에 해당한다. 이 중 3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이 약 169만 명이다. 2007년부터 방문취업제가 실시되면서 중국 동포의 국내 체류가 급속히 늘어나, 2000년 약 6만 명에서 2016년에는 약 81만 명으로 14배가 늘었다. 유학생도 1999년에 3418명이던 것이 작년 말로 16만 명을 넘어섰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불법 체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건데, 제주도에서만 해도 무사증 제도로 발생한 불법체류자만 1만 4000여 명이라 하며, 전국적으로는 올해 초에 35만 명을 넘어섰다 한다. 유학생의 급증도 우리 대학의 경쟁력이 높아져서 정상적인 유학생들이 오는 게 아니다. 한국에 체류하면서 돈을 벌려는 개도국 유학생들을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들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면서 일어난 기형적인 현상이다. 영어로 강의하는 과정도 아닌데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아 수업 진행이 어려울 정도라 한다.

이들 중 다수가 유학 목적 입국 후 첫 학기만 등록하고서는 학교에서 사라진다는데, 유학생으로 왔다가 불법 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특히 건설 공사 현장에서는 이런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공사를 할 수 없을 정도라 한다. 이들은 고향에서 받는 노임보다 어림잡아도 10배 정도는 더 받기 때문에 꼭 한국에 오려고 비싼 등록금을 감수한다고 한다. 학교는 이들 학생들에게 입학 허가를 내줄 때, 당국에 신원을 책임진다는 서약을 하기 때문에 이들이 학교에서 사라지면 공사판으로 추적하러 다닌다 하니 이건 코미디도 보통 코미디가 아니다.

​늘어난 외국인 중에는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들이 대다수다. 지난여름밤에 남산 한옥 마을부터 남산 타워까지 올라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조우했는데 그들은 대부분 중국 말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중국 말이 우리 말보다 더 많이 들려 충격적이었는데, 한국의 인구 지형이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제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와도 우리에게 남는 것은 별로 없다 한다. 중국인들이 숙박업, 관광업, 식당업을 시작하면서 중국인 관광 비즈니스를 모두 장악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돈은 중국으로 가고 한국에는 쓰레기만 남는다"라는 말도 국회에서 나왔다.

제주도에서는 무비자 입국 허용과 함께 일정 가치 이상의 부동산 매입 시 영주권을 주는 제도가 생기면서 중국 자본의 부동산 투기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들이 제주도에 보유한 토지만도 970만 m2로 여의도 면적의 3배가 넘는다. 중국인들이 최근에는 서울의 아파트 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는데, 이들이 2015년부터 5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중 서울에서 매입한 주택만도 약 5천 채로서 전체 외국인이 매입한 주택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사실 주택을 구입하는 미국 등 다른 나라 국적자들이 우리 동포가 대다수라는 점을 볼 때 우리나라에서 주택 등 부동산을 구입하는 순수 외국인은 중국인 밖에 없는 셈이다.

틸로 자라친과 그의 저서 "독일이 없어진다 Deutschland schafft sich ab"
틸로 자라친과 그의 저서 "독일이 없어진다 Deutschland schafft sich ab"

베를린 재무장관과 독일연방 중앙은행 이사를 지냈던 틸로 자라친Thilo Sarazzin은 2010년 독일의 외국인 이주 정책을 비판한 "독일이 없어진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나라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가"란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2016년에는"희망 사항: 유럽, 화폐, 교육, 이민 - 왜 정책은 그토록 번번이 실패하는가."란 책으로 독일의 유럽, 유로화 정책과 교육, 이민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이민자의 자질"을 이민 허용 여부에 대한 제일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값싼 노동력은 해당 기업주에게는 이익이 되겠지만 국가나 사회 차원에서는 대대손손 부담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독일로 이주해 온 무슬림계 이민들의 출산율이 독일 사람들 보다 월등히 높아 원래 독일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나는 2016년 어느 여름 날 베를린에서 그를 만나 2시간 가까이 직접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부가 가치의 총량이 그가 소비하는 소비 총량을 능가하여 플러스 기여를 할 수 있다면 그 사회는 번영을 지속할 수 있지만, 그 반대가 되면 그 사회는 쇠퇴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을 높게 평가하였는데 한국인은 전자에 속하고 무슬림계 중동 사람은 후자에 속한다며 한국 이민자들이라면 독일이 얼마든지 받아들여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 했다. 그는 사민당원이었는데 무슬림에 대한 이런 주장이 인종주의적 견해라 해서 사민당으로부터 출당되었다. 그의 말을 인용해 본다.

​모든 사람은 생산활동을 통해 자원을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모든 사람은 자원을 소비한다. 국가예산이나 국민경제가 장기적으로 균형을 이루게 되면, 이것은 평균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출생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창출해낸 가치만큼을 소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어떤 집단에서 자신들이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자원을 생산하고 있다면, 이들은 모두의 보편적 번영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자체적 소비량을 초과하는 잉여생산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한 자원보다 더 많이 소비하는 그룹은 그 사회의 번영을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독일은 저출산율과 고령화라는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것은 오로지 더 많은 자원을 생산하는 집단 구성원의 이주를 통해서만 해소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이주 국가의 국민들보다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낮고, 실업률이 높은 집단 구성원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그 국가가 생산하는 자원보다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할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논리적인 맥락이다. 그리고 이는 이주를 경제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최소한 자국민들과 동등한 수준의 자격을 갖추고, 최소한 같은 수준의 인지능력을 가진 이주자들만을 허용하는 이주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더 높은 수준의 이주자들의 경우에는 번영을 위한 순기여도가 발생한다. 자국민의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번영을 희생하게 된다. 따라서 나는 이주의 관점에서 독일에 주어진 것들이 이러한 기준들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볼 때 문제가 되리라고 본다.[2016.7.19.]

​나는 독일이 사라질 수 있다는 자라친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대한민국은 사라지지 않을까? 우리나라도 이제 절대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데다 개도국 출신의 외국인들이 몰려오고 있지 않은가. 이들에게 한국은 큰돈을 벌 수 있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우가 좋은 매력적인 곳으로 소문이 났다. 내가 살았던 카타르만 해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보수나 처우가 열악하다.

특히 2020년 월드컵 경기를 위한 경기장이나 지하철 건설로 한때 100만 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집단 노동자 숙소에서 기거하면서 혹사당한다 해서 독일에서는 카타르 월드컵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2010년 당시 카타르에는 북한 노동자들도 있었는데 이들이 40도 이상의 열사에서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일하고 받는 돈이 고작 월 200달러 정도였다. 카타르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임금은 국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관행이 있다. 그들이 모국에서 받는 임금에다 카타르에 와서 일을 할 만한 정도의 조그만 인센티브를 얹어주는 수준에서 임금이 결정되는 구조다.

카타르를 포함한 중동에는 "현대판 노예제"라는 악명 높은 카팔라Kafala 비자제도도 있다. 카타르 내국인 고용주가 외국인 피고용인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갖는 전근대적인 제도로서 일단 노동자가 카타르에 입국하게 되면 당초 노동자를 데려온 고용주의 허락 없이는 직장을 바꾸는 것도 심지어는 출국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카타르는 국제노동기구에서 감시 대상국가로 분류되어 있다. 이런 사례에 비하면 한국은 외노자들의 천국이다. 여기에 국내 노동자들과의 임금 격차에 따른 국내 기업의 인센티브와 맞물려 이들의 한국행 러시는 멈추지 않고 있다.

​생각해보자. 이런 현상이 이미 몇십 년 되었는데, 앞으로 또 몇십 년이 흘러가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자라친은 독일이 없어질 거라 했지만 우리라고 사정이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헌법 개정안을 보면 현행 헌법상의 "민족문화의 창달" 대신에 국가가 문화의 자율성 및 "다양성"을 증진할 의무를 규정하여(개정안 제9조) 외국인에 대한 개방과 수용 정책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이슈를 헌법에서부터 선언적으로 반영하기보다는 앞으로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부담과 함께 사회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부터 우선 나와야 하지 않겠나.

독일에서도 과거 이주노동정책을 비판하면서 “노동력을 불렀더니 사람이 왔다"라는 말을 한다. 하물며 우리는 세계에서 사실상 가장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 나라다. 이주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업주들은 분명 남는 장사를 하겠지만 그들의 교육비, 의료비 등 직접 비용과 언어, 종교, 문화가 다른 이들의 사회 통합에 따른 간접 비용 등은 엄청날 것이다. 그리고 이 비용은 고스란히 일반 국민의 몫이다. 그것도 단기간이 아닌 몇 세대에 걸친 부담으로 남게 될 것이다. 자라친은 외국인 노동자 정책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경청해야 할 대목이다.

"자질이 미흡하거나 지적 능력이 우수하지 않은 일부 자국민 역시 노동시장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수준으로 외국인 노동자 이주를 항상 제한해야 한다. 물론 기업에서는 반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거꾸로 생각해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필리핀 사람들이 한국인보다 더 많은 비용을 발생시킨다. 필리핀 사람들은 가족들을 데려와 5명의 아이를 낳고, 조기에 은퇴할 것이고, 이는 곧 복지체제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비용이 각기 다른 금고에서 부담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필리핀 사람을 고용한 레스토랑 소유주의 금고는 한국인을 고용한 경우보다 풍요롭겠지만, 국고의 경우는 정반대다. 그렇기에 국고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정치는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사회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즉, 이 경우에는 이주를 까다롭게 제한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2016.7.19].

​[참조 :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 2017.9. 한울엠플러스(주)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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