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경묵 교수
이경묵 교수

감사나 감찰이 강화되면 부정이나 부패가 축소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감사를 하거나 직권남용으로 수사하고 기소까지 할 수 있게 만들면 고위공직자들이 복지 부동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행정부가 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부가 세상의 변화에 맞게 규제와 정책을 바꾸어야 일반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집니다. 그런데 공수처가 설치되면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성향이 더 강화되어 일반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나쁘게 할 위험이 있습니다.

복지부동을 유발하는 감사원의 정책감사

우리나라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감사원에서 감사를 합니다. 공무원들의 비리, 법률이나 규정의 미준수뿐만 아니라 공무원이 결정하고 집행한 정책이 타당한 지를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을 받으면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정책감사는 엉터리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가능성을 줄이는 장점은 있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이전 정권에서 감사 받았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던 일을 정권이 바뀌어 다시 감사를 하면 잘못 했다는 결론이 나오기도 합니다.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전 정권에서 했던 일에 대해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정책감사를 하라고 지시할 수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감사원으로부터 4번 감사를 받았는데, 3번의 과거 정부 시절의 감사에서는 별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현 대통령의 정책감사 지시에 따라 다시 감사한 결과 큰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4차 감사에서 위법성을 찾지 못했고, 이미 시효가 지나 징계나 고발 등의 조치는 없었다고 합니다. 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면 내부에서 징계를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847189&cid=43667&categoryId=43667

정책감사를 하고 이전 정권에서 추진했던 정책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다시 감사하고 벌을 내린다면 공무원들은 어떻게 대처할까요? 복지 부동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정권이 새로운 정책을 취하려고 해도 다양한 핑계를 대서 그 정책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면 시간을 끌면서 그 정책을 추진하는 정권이 바뀌기를 기다릴 수 있습니다. 세상이 바뀌어서 규제나 정책을 바꾸어야 할 때도 그 일을 하기보다는 복지 부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나 정책을 바꾸어 달라고 해도 바꿔주지 않습니다. 규제나 정책이 바뀌어 이익을 보는 집단의 편의를 봐 줬다고 해서 직권을 남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징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수처: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강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공수처 검사는 검찰청 검사에 비해 정권의 시녀 역할을 충실히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에서 고위공직자를 했던 사람들을 직무유기나 직권남용으로 고소하게 할 수 있습니다. 정권의 시녀가 된 공수처 검사들이 이전 정권에 충성했던 고위공직자들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위공직자의 입장에서 공수처 검사에게 수사 받는 것은 감사원에 의해 감사를 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입니다. 절대로 피하고 싶은 일입니다.

그럼 고위공직자들이 어떻게 할까요? 정권이 바뀌면 큰 벌을 받을 수 있으니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재집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암암리에 활동할 수 있습니다. 더 안전한 방법은 복지 부동하는 것입니다. 정책을 크게 바꾸는 일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나라의 중병을 치료하는 큰일을 하지 않고 작은 증상에 대해서만 대증 요법으로 대응하고 열심히 일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일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고위공직자들의 복지부동: 일반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나빠집니다

고위공직자들이 지금보다 더 복지부동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초저출산 시대에 맞게 제도와 정책을 바꾸어야 하는데 그것을 하지 못합니다. 국민연금도 개편해야 하는데 그것도 하지 못합니다. 건강보험 적자를 줄이기 위해 감기 같은 작은 질병에 대해서는 자신이 부담하는 것을 높여야 하는데 그것도 하지 못합니다. 신성장 동력 산업이 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데 그것도 하지 못합니다. 기존 주력 산업의 국제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는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니 경제가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자가 많아집니다.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의 소득도 높아지기 어렵습니다. 일반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빡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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