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황효현 시민기자

황효현 시민기자
황효현 시민기자

아마도 서가에 로마와 관련된 책 한두 권은 모두 가지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이것 저것 사모으다보니 꽤 되는 것 같습니다. 로마, 듣기만 해도 가슴을 뛰게하는 이름입니다.절대 강국의 영광을 누렸으나 동서로 분열되었고, 서로마가 망하면서 유럽은 중세 암흑기로 접어듭니다. 동로마는 그 이후 1천년 가량 명맥을 이어가지만 과거의 영화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지중해를 내해로 만들며 영원의 제국으로 번영할 것 같았던 로마는 어떻게 역사에서 사라졌을까요?

사가들에 의해 여러 가지 해석이 소개되고 있습니다만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혹은 동의하는 원인 중의 하나는 빈부격차입니다. 생산수단이 다양한 오늘날과는 달리 그 당시의 유일한 생산수단은 노동력이었습니다. 그런데 전쟁에 동원된 사람들은 대개 그 집안의 가장 생산력이 높은 가장이나 맏아들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들이 전선에 나가 있는 동안 집안 경제는 피폐해졌습니다. 반면 전쟁에 투자한 부자들은 전리품을 더 많이 배당받음으로써 더 부자가 되었죠. 빈익빈 부익부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과정이 거듭되면서 중산층이 무너진 것입니다. 중산층은 로마의 백인부대(백명으로 구성된 단위 부대)를 떠받치는 핵심 인력이었습니다. 중산층이 몰락하면서 인력난을 겪게 된 백인부대는 용병을 들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 용병의 상당수는 게르만 등 로마의 정복지 출신이었습니다. 그들은 처음에는 로마의 군율과 제도에 위축되었으나 전투 경험이 쌓이면서 로마가 실제로는 강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로마는 바로 이 용병들에 의해 치명상을 입고 비틀거리다 멸망의 길로 들어서는 것입니다.

빈부격차는 이렇게 천년의 제국도 무너뜨립니다. 빌 게이츠, 워렌 버핏과 같은 슈퍼리치들이 앞장서서 빈부격차 해소를 호소하는 것은 그들이 선한 사람이기도 하겠지만 사회가 무너지면 부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자각에서입니다. 지금 전 세계는 확대되는 빈부격차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극우성향의 정치인들이 등장하는 것은 빈부격차로 인해 고통받는 서민들의 반격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빈부격차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이야기입니다. 해법으로 어떤 정파는 성장과 감세를 주장합니다. 어떤 정파는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그 차이를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우리 2세들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자 © 자연치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