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한국어문교육연구소 박수범 선임연구원
한국작문학회의 '작문연구' 제42집 논문
‘다섯 문단 글쓰기 교육의 실제'에서 지적

타성에 젖은 국내 글쓰기 교육에 시사점을 던져준 논문이 발표돼 화제를 끌고 있다. 국내 작문교육에서 주로 활용하는 '다섯 문단 글쓰기 교육'은 학생들이 창의적인 글쓰기 실력을 갖춘 ‘필자’로 발전할 기회를 앗아간다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한국어문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곽수범 씨는 9월 30일자로 발간한 ‘작문연구’ 제42집에 기고한 논문 ‘다섯 문단 글쓰기 교육의 실제’에서 다섯 문단을 활용한 작문 교육 양상과 한계점을 정리했다.

그는 다섯 문단 구조가 가진 형식과 효율성이 가진 장점을 파악하는 동시에 특정 기준에 따라 작문 교육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교육 현장에서 이뤄지는 다섯 문단 글쓰기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곽수범 연구원 논문
사진=곽수범 연구원 논문

곽수범 연구원은 “‘서론–세 가지 주장의 본론–결론’에 이르는 ‘다섯 문단 글쓰기(Five Paragraph Theme)’는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글쓰기”라면서 “영어권 국가에서의 다섯 문단 구조는 중심 문장이 포함된 서론, 세 문단의 본론, 주제문의 재진술과 주요 내용을 요약하기 위한 결론으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것은 우리 국어교육에서 활용하는 다섯 문단 구조와 사용하는 언어만 다를 뿐 담는 내용과 형태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곽수범 연구원은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할까 방황하는 글쓰기 초심자들에게 다섯 문단 글쓰기는 개요를 짤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주고, 끝까지 글을 완성할 수 있는 방향키가 되어준다”고 긍정적인 면을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이 견고한 형식은 글쓰기를 배우는 학생들이 ‘필자’로 성장할 기회를 앗아간다”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탐구하고, 상상을 통해 글을 계속해서 퇴고하는 과정을 막는다”고 지적했다. 미리 설정된 문단 구조에 갇히게 만든다는 게 곽 연구원의 지적이다.

[다섯 문단 글쓰기에서 서론(introduction)은 독자의 관심을 유도하고, 주제를 소개하고,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제시하도록 구성한다. 본론(body paragraph)은 서론에서 제시한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주제문(topic sentence)을 쓰고, 이유(reason)를 부연한다. 이 주제문과 이유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evidence)를 두세 문장으로 기술한다. 앞선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조할 수 있는 예시(example)를 들 것을 권장한다. 다섯 문단 구조에서는 이런 본론을 세 문단을 쓰게 되어 있으니 서론에서 제시한 주장을 세 가지 요점으로 뒷받침하게 된다. 마지막 문단에서는 주요 내용을 요약하고 주장하는 바를 강조한다.]

사진=곽수범 연구원 논문
사진=곽수범 연구원 논문

다음은 곽수범 연구원의 논문 요약.

◆ 고려대학교 한국어문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박수범의 ‘다섯 문단 글쓰기 교육의 실제 (선행 연구 검토와 향후 연구방향 제안)’

연구목적=이 연구의 목적은 다섯 문단 글쓰기의 유래와 특징을 정리하고 다섯 문단을 활용한 작문 교육 양상과 그간의 논의를 정리하는 데에 있다. 다섯 문단 구조의 활용 양상과 맹점, 장단점 등을 함께 다룰 것이다.

다섯 문단 구조의 유래와 장단점을 살펴보아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문단 구조는 사유를 펼치는 기본 틀이다. 글을 쓸 때는 대략의 틀을 잡아 두고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엮어낸다. 다양한 문단 구조를 익히는 일은 다양한 방식으로 제 생각을 풀어내는 힘을 기르는 기초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다섯 문단 구조의 유래와 특징을 살피는 일은 우리가 그동안 큰 문제 제기 없이 받아들이고 사용했던 작문 교육 현장의 문제를 제기하거나, 혹은 다섯 문단 구조의 더 큰 활용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이끌 수 있다.

연구문제=①다섯 문단 글쓰기의 유래와 역사는 무엇인가? ②다섯 문단 구조를 활용한 작문 교육의 한계와 효용은 무엇인가?

결론=①다섯 문단 구조가 처음 등장한 작문 교재로는 1853년에 출판된 ‘A Guide to English Composition’과 ‘A Practical Introduction to English Composition’을 들 수 있다. 두 교재는 영국에서 출간되었지만 미국의 작문 교재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영국이 미국에 대한 정치적 지배력을 상실한 뒤에도 오랜 기간 자국어 교육을 지배했으며, 다섯 문단 글쓰기는 영미권 국가의 작문 교육 현장에서는 하나의 국가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②다섯 문단 구조는 단순해서 교사가 선호하는 형식이다.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지 뚜렷하게 정해진 목표는 기계적인 반복 학습으로 이어져 여러 작문 시험에서 다섯 문단 글쓰기의 효용성이 검증되었다. 객관화되고 표준화된 시험 대비용으로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1950년 이후 반세기 동안의 작문 교육은 다섯 문단 구조로 점철되었다. 2020년을 앞둔 지금도 많은 대학 작문 교재와 교육과정에서 다섯 문단 구조를 본격적인 학술적 글쓰기를 배우기 위한 출발점으로 상정한다. 이런 현실을 두고 Smith K.는 “5문단 글쓰기를 배운 학생은 대학 수준 글쓰기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다”고 평했다.

③작문이란 복잡한 의미 형성 과정이고 필자의 목적과 독자의 필요 사이의 섬세한 조율이 필요한 법인데, 다섯 문단 구조는 작문을 단순히 정보를 미리 짜인 틀 안에 채워 넣는 행위로 축소한다. 학습자는 능동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필요한 수사적 분석과 고찰을 하지 않게 된다. 이러너 비판에 대해 다섯 문단 구조 옹호론자들은 ‘다섯 문단 구조가 창의력 신장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으나, 자신의 생각을 쉽게 정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④다섯 문단 구조는 더 복잡한 작문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어야 하지만 작문 교육의 최종 목표이자 종착지가 되고 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많은 학자가 대학 진학 이후에도 다섯 문단 구조를 뛰어넘어 복잡한 생각을 펼쳐나가지 못하는 실태를 지적한다.

사진=곽수범 연구원 논문
사진=곽수범 연구원 논문

제언=①다섯 문단 구조는 최종 학습 목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효과적인 작문의 원리를 배우기 위한 학습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다섯 문단 글쓰기의 특징을 통해 우리나라 작문 연구에서는 다섯 문단 글쓰기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②20~50분의 정해진 시간 이내에 한 편의 글을 작성해야 하는 작문 시험 방식과 정형화된 평가 기준으로 인해 확산한 다섯 문단 글쓰기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작문 평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③다섯 문단 구조를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해석해야 한다. 다섯 문단 구조는 영미권 외에도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텍스트 구조가 되었다. 이 구조에 대한 연구가 확장되어 우리 작문 교육은 물론 한국어 학습자의 논리 전개와 의사소통 전개 방식을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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