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위치에 의한 강조법

위치에 의한 강조법이란 글의 중요한 부분은 되도록 독자의 관심이 많이 집중되는 자리에 두는 것을 말한다. 단락의 경우로 말하면 그 소주제나 그것과 관련된 중요한 내용은 독자의 관심이 모아질 수 있는 자리에 놓아둠으로써 강조의 효과를 높이게 된다.

일반으로 단락의 첫머리는 강조 효과가 가장 큰 자리이다. 이 첫머리는 제일 먼저 독자의 시선을 받으며 심리적으로 긴장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자리이다. 따라서 단락의 소주제문이나 그와 관련된 사항은 이 첫자리에 두면 강조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두괄식 단락은 바로 이런 강조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단락의 끝 부분도 역시 강조 효과가 큰 곳이다. 이 마지막 부분은 독자의 눈이 떨어지기 직전이므로 심리적으로 긴장되어 있으며, 관심의 집중도가 높다. 또한 이 부분에서 읽기를 마친 내용은 독자에게 여운을 남겨서 오래 기억되는 효과도 따른다. 미괄식의 단락은 이런 점에서 강조 효과를 보이고 있다.

첫머리와 끝 부분을 함께 활용하는 것은 그 강조 효과를 가장 크게 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앞에서 말한 양괄식은 그 보기가 된다. 이런 양괄식이 소주제를 가장 강력히 돋보이게 하는 것은 강조성이 강한 첫머리와 마지막 부분에 그것이 놓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의할 일은 이런 위치에 의한 강조법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는 점이다. 소주제문이나 그밖의 중요한 문장을 첫머리나 끝 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할지라도 그것을 충분히 떠받들어 서술하지 않으면 강조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위치에 의한 강조법은 단락의 요지 파악에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독자의 이해와 납득을 얻기 어렵고 반드시 거기에 상응한 내용적 강조 곧 충분한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3) 표현 기교에 의한 강조법

표현 기교에 의한 강조법은 반복법과 과장법이 대표적이며, 그 밖에 도치법, 열거법, 점층법 등도 가끔 쓰인다. 여기서는 반복법과 과장법을 주로 다루고 그밖의 것은 간단히 언급한다. 산문에서는 앞의 2가지가 주로 쓰이기 때문이다.

반복법에 의한 강조 : 반복법은 다음과 같이 어구나 문장들을 반복 나열하거나 의미적인 면에서의 풀이를 덧붙이는 것이다.

(1) 크고 크신 은혜, 곱디 고운 얼굴, 좁디 좁은 길, 기나긴 여정, 차디찬 표정

(2)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길, 보고 또 봐도 예쁘다

(3) 님은 갔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느새 유수와 같은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4) 천리 길도 발밑의 첫 발자국에서부터 시작한다. 곧,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 수 없이 쌓여서 십리가 되고 백리가 되고 천리가 되는 것이다.

(5) 행복은 흐믓한 정신적 만족감이다. 곧 마음 속에 조금도 결핍감이나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총족된 심리 상태다. 바꾸어 말하면 지금 상태가 언제까지나 계속 되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흡족한 감정이다.

위의 보기에서 (1), (2)는 어구의 반복이고 (3)은 문장이 반복된 경우이다. 그 나머지는 의미적인 면에서의 다시 풀이하여 강조하고 있다. 특히 (5)와 같은 경우에는 그러한 되풀이 방식으로 소주제를 펼쳐나가고 있다. "곧," "다시 말하면," "바꾸어 말하면" 따위의 접속어는 이런 되풀이 서술에 많이 쓰인다. 이런 경우에 유의할 점은 단순한 되풀이 해석이 아니라 그 소주제를 다른 각도에서 풀이함으로써 더 심화하거나 구체화해서 펼쳐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되풀이 강조는 일종의 풀이에 의한 전개 방식과도 상통된다 할 것이다.

그러나 반복법은 남용하면 효과가 적어진다. 특히 설명문이나 논술문 따위에서는 상투적인 반복법을 많이 쓰면 글의 신뢰도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수가 있다. 이를테면, "너무너무 좋다," "매우 매우 멋있는 사나이," "정말 정말 예쁜 꽃" 따위는 글의 진실도를 떨어 뜨릴 수가 있다. 요컨대 반복볍은 특별히 강조해야 할 경우에 한해서 절제해서 쓰도록 해야 그 강조 효과가 난다.

과장법에 의한 강조 : 과장법은 사실보다 다소간 불려서 표현함으로써 강조의 효과를 노린다.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그 보기가 된다.

(1) 바다 같은 마음, 폭포수 같은 비, 장승만한 키, 강철같은 체력, 쥐꼬리만한 월급

(2) 목소리가 모기 소리만 하다. 눈이 바늘 구멍만 하다. 음식을 눈꼽만치 주다.

(3) 배가 남산만 하다. 간에 기별도 안 간다. 낙타가 바늘 구멍으로 들어 가는 것만큼 어렵다.

(4) 매연으로 뒤덮여서 거대한 우산을 펼친 것 같은 하늘이 도시 위에 천막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5)그 사람은 담이 큰 사람이다. 말하자면 강철 심장을 가지고 있어서 총알이 날아와도 끄떡도 하지 않을 사람이다.

과장법도 남용을 하거나 너무 지나친 과장 표현을 하면 효과가 없다.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과 같은 과장법은 너무 지나친 과장이므로 실감이 없고, 글의 진실성을 의아케 만든다. 특히 논술문 등에서는 그런 과장법은 삼가야 한다. 그런 글에서는 사실에 입각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므로 과장법은 오히려 그 신뢰성을 떨어뜨릴 염려가 있다.

그 밖의 표현 기교에 의한 강조법 : 반복법과 과장법 이외에 강조 효과를 내는 표현 기교(수사법)은 다음과 같은 것들 이다.

도치법 : 도치법이란 주어와 서술어의 정상적인 위치를 바꾸어서 강조할 어구를 앞에 내세우는 표현법이다.

(1) 무럭무럭 자라라 어린 새싹들이여.

(2) 피었네, 피었네, 무궁화가 삼천리 금수강산에.

다음 보기는 도치법 등이 주가된 강조법으로 쓰여진 단락이다.

[보기 6.21]

나는 보았다. 내 머리를 가볍게 감싼 학생모자의 차양 밑으로 두 눈을 빛내며 나는 보았다. 그 진분홍 아스팔트 길 위를 맨발로 달리며 나는 보았다. 아직은 아무 것도 샘할 줄 모른, 다만 한 가지 "빵과 인간의 존엄성"을 외치는 연약한 꽃잎들 위로 무수히 날아드는 죽음의 화살, 허공을 가르는 불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손이 던지는 날선 비수가 있었다. --양성우, "그 사월, 진달래 선천에"

열거법 : 열거법은 어떤 사항을 강조하기 위해서 관련된 어구나 사항을 줄이어 내세우는 표현법이다.

(1) 밥이며, 떡이며, 고기며, 과일이며 없는 것이 없다.

(2) 남자, 여자, 노인, 아이들, 성한 사람, 아픈 사람 할것 없이 그 광장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이 모였다가 흩어졌다 한다.

점층법 : 점층법(漸層法)이란 표현 내용이 점차 가화되어서 마침내 절정을 이루는 서술법을 말한다. 이것은 미괄식 전개법 또는 일반화의 전개법 등과 관련있는 표현 기교이다. 이것은 "절정의 순서(order of climax)"라 하기도 한다.

[보기 6.22]

(1) 대뜸 몽둥이는 들어가 그 볼기짝을 후려 갈겼다. 아우는 모로 몸을 꺾더니, 시나브로 찌그러진다. 뒤미쳐 앞 정강이를 때렸다. 등을 팼다. 일지 못할만큼 매는 내었다. <김 유정, "만두방"에서>

(2) 그가 상대방 여자에게 처음 시선이 간 것은 길 모퉁이를 돌았을 때였다. 먼 발치로 보이는 그 모습에서 이상한 예감이 그에게 떠올랐지만 설마 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 여자가 여기에 나타나리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러다 점점 다가 오는 그 여자에게 두번째 시선이 간 순간 그는 눈이 똥그랗게 떠지고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은 그 여자임을 확인하기에는 거리가 있었다. 그의 가슴은 뛰놀고 발걸음은 자기도 모르게 빨라졌다. "이거 어떻게 된 건가?" 드디어 발걸음은 오히려 얼어 붙은 듯움직이지를 않았다. 두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이었다....

위의 두 예에서 보듯이 점층법은 서술 효과가 점차 고조되어 가서 절정을 이루게 된다. 문예 작품 등에는 이런 점층법이 활용되어 절정의 감동을 일으키는 수법이 쓰이는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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