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황효현 시민기자

황효현 시민기자
황효현 시민기자

롯데 신동빈 회장이 백악관을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하는 사진, 아마도 신문에서 다들 보셨을 것입니다. 롯데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화답 차원이었습니다.

롯데만이 아닙니다. SK는 죠지아에 공장을 짓고 있고, 현대/기아차는 알라바마와 죠지아에, 삼성전자는 텍사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봄 LG는 테네시 주에 연 120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완공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아니라도 인건비가 싼 중국이나 베트남에 지어져야할 공장들이 미국으로 간 것입니다. 이것을 트럼프의 손목 비틀기로 해석하는 것은 전체 그림을 놓치는 것입니다.

지난 30여년간 전세계를 지배한 사상은 자유무역이었습니다. 관세, 비관세 장벽을 없애려는 노력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집요하게 펼쳐졌고 그 결과 WTO가 만들어졌습니다. 자유무역의 물결과 함께 선진국에서는 소위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대유행을 하게 됩니다. 인건비가 싼 개도국으로 수많은 선진국 제조 공장들이 옮겨간 것입니다. 물론 이 중에는 공해산업도 끼어 있었습니다만 대체로 보면 개도국은 선진국의 투자를 받아 발전의 계기로 삼았고, 선진국 소비자들은 더 싼 값에 양질의 제품을 소비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자유무역으로 전세계는 공존공영의 길로 들어서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현상을 한마디로 설명한 것이 '지구는 평평'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과연 지구는 '평평'해진 것일까요?

제조업이 떠나버린 미국 대도시는 거의 예외없이 슬럼화되었습니다. 6,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최고의 번성기를 누렸던 디트로이트는 빈집 투성이 도시로 바뀌었습니다. 철강도시 피츠버그도 영화는 옛말이 되어버렸고, 이리호의 수정같은 도시 클리블랜드는 눈에 촛점없는 사람들이 낮이나 밤이나 어슬렁거리는 도시로 바뀌었습니다. 창문은 부서지고, 설비는 녹슬었으며, 마당에는 잡초만 무성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도시들에게 그것이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데 어쩌겠습니까. 보호무역은 그렇게 미국을 일깨웠습니다.

그런데 보호무역은 트럼프 이전,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이미 미국에서 조용히 싹트고 있었습니다. 해외로 나갔던 공장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것에서 나아가 시장을 가지려면 시장에 공장을 지어라고 외국 기업들에게 강요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를 오프쇼어링과 대비하여 리쇼어링이라고 합니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리쇼어링 정책이 추진되기 시작하였는데 2018년까지 리쇼어링과 외국기업직접투자로 생겨난 미국의 일자리는 약 75만개라고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우리 대기업들이 같은 기간동안 미국에서 만들어낸 일자리도 2만 2천개를 상회합니다.

한편, 기업들이 시장과 가까운 곳에 공장을 짓게 된 배경은 물론 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 개도국의 인건비 상승 등이 직접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공장 자동화와 AI의 등장입니다. 이전만큼 인건비가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시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죠. 자유무역과 오프쇼어링의 시대에서 우리는 이제 보호무역과 리쇼어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말은 아무리 법인세를 깎아주고 다른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해도 기업은 시장을 찾아 떠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들에게는 매우 걱정스러운 현실입니다. 우리가 이 보호무역과 리쇼어링 시대에도 굳건히 버틸 수 있으려면 충분한 내수시장이 있어야만 합니다. 통일까지는 아니라도 인구 8천만의 남북 단일시장은 그래서 우리에게 중요한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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