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구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의 '대사관 이야기'(15)]
베를린에서 보내는 명절 이야기

[편집자 주] ‘글쓰기’ 신문은 주독일대한민국대사관 정범구 대사의 ‘대사관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정 대사는 대사관 주변 이야기와 한독 관계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간결하고 논리적인 문장으로, 외교관의 소소한 일상과 깊이 있는 사색, 강대국들과의 이해관계를 담고 있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쓰기’의 모범사례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현장 사진을 곁들여 국민들에게 외교관이 일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범구 대사는 충북 음성 출신으로 16대, 18대 국회의원을 거쳐 지난해 1월 독일 대사로 부임했습니다.

건배사를 하는 중.(사진=정범구 대사)
건배사를 하는 중.(사진=정범구 대사)

* 국내에서는 지금 한가위 명절이 한창이겠다. 모처럼 고향을 찾은 이들은 돌아갈 길을 서두르고 있겠고, 반가운 자식, 피붙이들을 떠나 보내야 하는 어머니의 손길은 또 이것저것 챙기느라 마냥 바쁘리라.

* 외국에서 보내는 명절이란 사실 실감이 잘 안 난다. 타향살이를 절감하는 것도 이맘 때다.
추석이 들어있는 이번 주는 다행히(?) 정신없이 바빴다.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국제 가전전시회(IFA)와 모터쇼(IAA)에 다녀왔고, 그제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국경일 행사를 치렀다. 원래 개천절을 기념하는 행사라 10월 3일에 해야 하겠지만, 독일은 마침 이 날이 독일통일 기념 국경일이라 이 날을 피해서 할 수 밖에 없다.

페루, 이란 대사. 오른 쪽은 독-한 의원친선협회장인 란트그라프 의원.(사진=정범구 대사)
페루, 이란 대사. 오른 쪽은 독-한 의원친선협회장인 란트그라프 의원.(사진=정범구 대사)

* 다행히 여러 명의 독일연방의회 의원들과 각국 대사들이 찾아 주었다. 러시아 대사 내외가 참석하는 걸 지켜보던 한 독일 외교부 인사가, "한국대사관 행사에 러시아 대사가 참석한 것은 처음 아니냐?"고 물어본다.

한일관계가 요새 냉냉하지만 야기 일본대사 내외가 직원 여럿과 함께 찾아주었다. 인도 대사가 전통복장인 샤리 차림으로 찾아 주었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필리핀, 라오스, 네팔 대사 등 동남아시아 대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같은 시간에 ASEAN 행사가 열렸는데, 겹치기 출연하느라 바빴겠다. 이란, 페루, 코스타리카, 파키스탄, 카타르, 말리, 가봉, 키르기스, 우즈벸, 슬로바키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등 여러나라 대사들이 끝까지 참석해 축하해 주었다.

라이프치히 교민 분들과.(사진=정범구 대사)
라이프치히 교민 분들과.(사진=정범구 대사)

* 교민들도 많이 참석하여 타향살이의 애환을 함께 나누었다. 500여인 분 마련했던 음식이 하나도 안 남고 다 나갔다. 빈 음식 테이블들을 보니 마음이 흡족하다. 뜬금없이 영화 "동막골" 대사가 떠오른다.

리더쉽의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마을의 원로가 내놓는 대답.
"그저 잘 믹이는거지 뭐"

북적거리던 행사장을 정리하고 돌아오니 베를린 하늘에도 저런 달이 떠 있다.

베를린에 뜬 달.(사진=정범구 대사)
베를린에 뜬 달.(사진=정범구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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