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효현 시민기자 / 생활글]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삶은 계란은 칠성 사이다와 힘께 해야 제맛입니다. 힌자는 물이나 다른 음료없이 먹을 수 있지만 퍽퍽한 노른자는 자칫 잘못 먹다가는 목이 막힐 수도 있거든요. 이럴 때 마시는 것이 사이다인데, 역시 '사이다는 칠성'이 우리 입맛에 딱 맞아떨어지는 음료였습니다. 톡쏘는 탄산의 세기, 더 덜지도 덜 달지도 않은 중간 단맛, 그것이 목구멍을 탁 트이게 해주는 맛이란. 그리고 마지막으로 꺼억 하고 올라오는 트림. 이것은 삶은 계란을 보면 언제나 떠올리는 어린 시절 장면입니다. 그런데 칠성 사이다가 아직 시판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성장기 삶은 계란은 상당히 사치스런 음식이었습니다.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소풍을 갈 때 혹은 주요한 행사가 있을 때만 먹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어떤 분이 어린 시절 이 삶은 계란을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먹을 수는 없고 남이 먹는 것을 보면서 부러워만 했다는데요. 그 설움, 이 얼마나 뼈에 사무쳤던지 제법 넉넉한 살림을 꾸린 후에 한꺼번에 무려 13개(인지 15개인지)를 먹어 치웠다는 얘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런 어린 시절 어려웠던 이야기를 하면 '뭐 또 그 때 얘기하냐'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저는 그 시절의 밝고 순수했던 날들이 떠올라 잔잔한 미소를 짓게 됩니다.

지금도 저는 집에서 가끔 계란을 삶아 먹습니다. 토요일, 운동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마땅히 먹을 거리가 없을 때 냉장고를 열고 계란을 꺼내 냄비에 넣고 5~6분 끓이면 금방 만들 수 있는 것이 삶은 계란입니다. 계란 후라이도 자주 해 먹는 편입니다. 신기하게도 삶은 계란은 콜라나 사이다와 함께 마시면 되는데 계란 후라이는 꼭 맥주와 함께 먹게 됩니다. 저만의 버릇인지 혹은 다른 분들도 비슷한 증상인지 참 궁금합니다.

계란을 삶은 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꺼내 먹게 되면 좀 꾸리꾸리한 냄새가 납니다. 삶은 계란을 많이 드신 분들은 이 냄새의 정체를 금방 눈치챘을 것입니다. 그 냄새가 계란 먹는 것을 막지는 못합니다. 트레이드 조에서 팔고 있는 삶은 계란도 집에 와서 봉지를 열면 역시 꾸리꾸리한 냄새가 납니다. 이것은 계란이 상해서 나는 냄새는 아니기 때문에 먹는 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똥'냄새가 좀 난다고 해서 계란을 '똥'이라 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냄새라도 계란은 계란이고 똥은 똥입니다. 하긴 똥도 약에 쓰일 때가 있다고 하니 너무 똥을 비하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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