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경묵 교수
이경묵 교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관련하여 또라이를 제거해야 직원들이 행복해진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주제로 최근 "독성이 있는 구성원(Toxic Employee)"과 관련된 연구들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들은 썩은 사과가 같은 상자 안에 있는 다른 사과들을 썩게 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회사와 다른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다른 구성원들을 독성이 있는 구성원으로 만듭니다. 이들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행복 경영을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최근 연구 결과들을 정리해서 올립니다.

독성이 있는 구성원이 끼치는 폐해

독성이 있는 구성원은 스스로도 회사에 피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만, 다른 구성원들이 그런 행동을 하도록 전염시키는 사람입니다. 동료들의 에너지를 빼앗고, 좌절시키고, 깔아뭉갭니다. 팀의 분위기를 나쁘게 만들어 다른 팀원들이 출근하는 것을 싫어하게 만듭니다.

성격적으로 어둠의 삼 형제(Dark Triad)인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 반사회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독성이 있는 구성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의 역량을 과도하게 신뢰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 독성이 있는 구성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면접자에게 "규칙은 항상 따라야 한다"라고 답하는 사람들도 그럴 경향이 높다고 합니다.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면접자가 원하는 답을 하는, 솔직하지 않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무례하고 굴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합니다.

Housman & Minor(2015)는 다양한 산업에 속한 11개 기업 6만 명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생산성이 상위 1%에 해당하는 슈퍼스타는 회사의 연간 이익을 5300 달러 높여주는데, 독성이 있는 구성원은 125000달러의 손해를 끼친다고 추정했습니다. 독성이 있는 구성원 1명이 슈퍼스타 2명이 벌어 준 것보다 더 큰 피해를 끼친다는 것입니다. 독성의 전파, 소송 비용, 다른 구성원들의 낮아지는 업무 의욕, 고객 불만까지 고려하면 유독성 구성원 1명이 회사에 끼치는 손해는 더 큽니다. 이와 유사하게 Porath(2016)는 무례한 구성원이 끼치는 악영향이 시민의식을 가진 구성원이 끼치는 좋은 영향보다 훨씬 크다고 했습니다. Parker, Gerbasi, & Porath(2012)는 서로의 에너지를 떨어뜨리는 한 개의 나쁜 관계는 긍정적이고 서로에게 에너지를 불어넣는 한 개의 좋은 관계보다 4배에서 7배에 해당하는 악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독성이 있는 구성원들은 다른 많은 사람들과 나쁜 관계를 만들어냅니다. 그런 구성원들이 회사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채용 과정에서 걸러내는 것이 최선입니다

위의 연구 결과는 채용 과정에서 능력보다 품성을 더 자세히 봐야 한다는 시사점을 줍니다. 채용 단계에서 사용하는 여러 도구를 통해 시민 행동을 하는 사람인지, 독성이 있는 사람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성격 검사, 면접, 행위 관찰, 평판 조회, SNS 활동 내용 조회 등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상 해고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을 잘 뽑는 것이 다른 나라에서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면접

미리 정해둔 질문을 가지고 면접하는 구조화된 면접을 통해 시민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패한 사례를 들게 하고 어떤 상황에서 실패했는지, 실패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를 들게 하고, 그때 어떻게 했는지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함께 일하기 가장 어려운 부류의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구체적으로 언제 힘든지, 그 사람들과 어떻게 지냈는지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행위 관찰

후보자가 정시에 도착했는지, 기존 사용자와 타인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지, 자신의 행동과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려하는지, 아니면 남들에게 책임을 돌리려 하는지를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남들을 비난하는 사람은 독성이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면접을 위해 회사에 올 때부터 만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것도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주차장에서 일하시는 분, 리셉션 데스크에서 일하시는 분, 행정 보조를 하시는 분, 차편을 제공한다면 차량을 운전하신 분 등에게 후보자가 친절한지 무례한지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분들에게 무례하게 대한 사람은 독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평판 조회

경력직 사원을 채용할 때는 추천서를 받습니다. 추천서를 써 준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추천서의 내용을 믿기는 어렵습니다. 후보자가 부탁한 사람이기 때문에 후보자와 친분이 높을 가능성이 높고 부정적인 내용의 추천서를 써 주기가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전화를 걸어보면 더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추천자의 목소리 톤이나 속도, 태도 등을 고려해서 추천자가 써 준 내용이 믿을 만한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추천자에게 후보자를 잘 알만한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해서 의견을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추천자에게보다는 더 솔직한 의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 더 좋은 것은 회사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임직원과 신뢰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중에서 후보자를 잘 알만한 사람을 찾는 것입니다. 후보자보다는 회사 혹은 면접자와의 관계가 더 강한 사람들은 솔직하게 말해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SNS 활동 내용 조회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서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곳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친절한지, 얼마나 공격적인 용어를 사용하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 얼굴을 모르는 사람에게 얼마나 공손하고 친절하게 대하는지를 보면 얼마나 무례한 지를 알 수 있습니다. 얼마나 낙관적인지, 바른 기업관을 가지고 있는 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독성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독성이 있는 종업원이 기업 시민처럼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 일차적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회사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도움을 주는 구성원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원인 파악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독성을 가진 구성원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맡고 있는 일에 만족하기 못하기 때문인지, 동료와의 관계가 나쁘기 때문인지, 배우자나 자녀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인지,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 때문인지, 정신병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한 후에는 해당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칭을 해 줄 수도 있고, 카운슬링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수도 있고, 휴가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솔직한 피드백과 개선 계획 수립 및 실행

독성이 있는 구성원들은 자신이 타인에게 끼치는 영향을 잘 알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생각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관리자가 솔직하고 직접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드백을 제공할 때 사용하는 규칙인 구체적이고 사실에 근거한 사례를 바탕으로 어떤 것이 나쁜 행동이고 그것이 회사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관리자로서 그 구성원들에게 어떤 행동을 기대하는지를 정하고 함께 개선 계획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구성원이 스스로 그 목표를 달성하는지를 체크하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채찍의 사용

앞에서 제시한 당근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 채찍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상보다는 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손실회피 성향 때문입니다. 이 효과를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독성이 있는 구성원이 변하지 않을 때 그가 중시하는 것을 빼앗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재택근무할 수 있는 기회,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 승진할 수 있는 기회 등 해당 구성원이 중시하는 것을 파악해야 합니다. 행동을 바꾸지 않을 경우 그런 것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행동을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해고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유독성 구성원 중에서 일부는 바꿀 능력도 없고 의향도 없습니다. 일부는 그런 것을 즐기고 그렇게 해도 아무런 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을 해고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해고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사유가 필요합니다. 유동성 구성원이 한 공격적 행동, 그것을 치유하기 위한 회사의 구체적인 노력, 변화시키는 위한 회사의 노력이 실패했다는 증거를 구체적으로 문서화해야 합니다. 다른 구성원들이 공식적으로 제기한 불만, 동료 평가나 360도 평가 등 해당 근로자의 업무 성과에 대한 정보를 모아 두어야 합니다. 이런 증거를 바탕으로 사직할 것을 권고하고 그것이 안되면 징계해고를 해야 합니다.

독성이 다른 구성원들에게 전염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유독성 구성원을 바꿀 수도 없고 해고할 수도 없다면 그가 다른 구성원들을 전염시키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우리의 행동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재설계해서 유독성 구성원이 다른 사람과 만나서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줄여야 합니다. 책상을 재배치하거나, 업무 배치를 바꾸거나,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재설계하도록 하거나, 팀원 전체 모임을 줄이도록 하거나 하는 것들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유독성 구성원들을 걸러내기 위해 채용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상해고를 하기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채용에서 무례하고, 시민의식이 부족하고, 남들에게 독성을 퍼뜨리는 사람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한 명의 유독성 종업원이 회사에게 끼치는 피해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행복 경영을 위해 채용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과 관련된 아래의 글도 참고하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kmlee8302/221555275812

 

<참고 문헌>

Amy Gallo. 2016. How to Manage a Toxic Employee. Harvard Business Review, October

Housman, Michael, and Dylan Minor. "Toxic workers." Harvard Business School Strategy Unit Working Paper 16-057 (2015).

Parker, Andrew, Alexandra Gerbasi, and Christine L. Porath. "The effects of de-energizing ties in organizations and how to manage them." (2012).

Christine Porath. 2016. How to Avoid Hiring a Toxic Employee. Harvard Business Review, February

Porath, Christine. Mastering civility: A manifesto for the workplace. Grand Central Publishing, 2016.

Porath, Christine L., and Alexandra Gerbasi. "Does civility pay." Organizational Dynamics 44.4 (2015): 281-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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